왜 '더크니컬'인가? : 혹은 스노보드를 양방향으로 타야 하는 이유
'더크니컬(Duck-nical)'. 아마 작년부터 들리기 시작한 신조어일 겁니다. 덕스탠스로 테크니컬 라이딩(딥 카빙)을 하는 것을 뜻하죠.
사실 전향각으로 타는 테크니컬 라이딩, 정말 멋집니다. 하야부사 같은 고성능 바이크로 슬로프를 찢고 내려가는 모습은 경외심까지 듭니다. 헝그리보더 같은 커뮤니티 댓글을 보면 굳이 "전 그래도 덕스탠스가 멋있어요"라는 반응을 참 많이 봅니다. 혹시 내가 전향각을 못 하니까 정신승리를 위해 그렇게 말하는 거라면, 사실 멋있는 건 멋있다고 인정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하지만 저는 덕스탠스를 고집하고, '더크니컬'에 집중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생존'**과 '건강' 때문입니다.
스노보드는 치명적인 '편축운동'이다
스키는 양발을 쓰기에 나이 들어서도 큰 무리가 없지만, 한 방향으로만 타는 스노보드는 허리에 치명적입니다. 저는 2008년부터 골프를 쳤습니다. 병원에 가면 의사가 묻습니다. "선생님, 골프 치시죠? 그거 허리 건강에는 아주 쥐약입니다." 처음엔 좌골신경통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스포츠 의학이 발전하며 알게 된 사실은, 특정 방향의 근육만 과긴장하고 나머지는 늘어지면서 척추가 틀어지기 시작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스노보드도 똑같습니다. 처음 배울 때 "레귤러냐 구피냐"를 정하는 순간, 우리는 평생 한쪽 방향으로만 사는 '인종'이 결정된 것처럼 삽니다.
나이 들어서 폼롤러와 마사지볼을 끼고 살지 않으려면, 60살이 넘어서도 슬로프에 서 있고 싶다면 무조건 양쪽으로 타야 합니다. 리프트 한 번은 레귤러로, 다음번은 구피로 내려오는 게 기본값이 되어야 합니다.
실손보험 청구서가 알려준 교훈
저도 오랫동안 레귤러로만 탔습니다. 날씨가 허락하는 날엔 아침엔 땡보드를 타고 오후엔 골프도 쳤죠. 그 대가로 제 실손보험은 정형외과와 도수치료실에서 녹아내렸습니다.
"몸은 좀 아파도 전향각 간지가 최고다"라고 말하는 건, 어쩌면 보드를 정말 좋아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55살인 지금도 리프트에서 내려 첫 바인딩을 매며 설렙니다. "아 재미있다", "오늘도 신나게 타야지!", "나이 들어서도 계속 타고 싶다!" 이 재미있는 걸 더 오래 타려면 건강해야 하고, 건강하려면 양방향으로 타야 합니다. 멋을 위해 전향각을 고수하는 게 실은 덕스탠스로 테크니컬을 할 줄 몰라서 하는 또 다른 '정신승리'는 아닌지 자문해 봐야 합니다.
왜 덕스탠스인가? (안정성과 유용성)
양방향 라이딩이 더 나은 이유는 명확합니다.
첫째는 안정성입니다. 사람이 높은 곳에서 떨어지거나 위기를 만날 때, 발은 자연스럽게 덕스탠스가 됩니다. 험준한 일본 원정의 절벽 같은 사면에서 걸터앉아 보신 적이 있나요? 일단 힐사이드로 일어서기라도 해야 하는 곳이지요. 그런 곳에서 발이 28도, 26도로 돌아가 있다면 그건 리스크 관리가 안 된 상태입니다. 하프파이프 선수들이 왜 트윈 보드에 덕스탠스를 하는지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옵니다. 어떤 발로 떨어져도 살아야 하니까요.
둘째는 유용성(Versatile)입니다. 가파르고 빽빽한 나무 사이를 지나가는 트리런(Tree Run)에서는 양방향 능력이 곧 생존입니다. 레귤러로 가다 막히면 바로 구피로 틀어서 빠져나가야 합니다. 보드를 돌릴 공간조차 없는 곳에서 양방향 라이딩은 새로운 경로를 열어줍니다.
아래의 사진은 일본 토마무리조트에서, 디렉셔널 핀테일보드로 트리런 하다가 마지막 탈출 전 보드를 못 돌려서 나무에 정면으로 박은 사진입니다
마침표가 아닌 새로운 시작
결국 더 많이, 더 오래 즐기기 위해서입니다. 일본의 절벽 같은 급사면도, 복잡한 트리런도 양방향이 가능해지면 두려움이 아닌 즐거움이 됩니다.
이 블로그를 통해 제가 겪은 시행착오를 나누고 싶습니다. 어떤 보드가 양방향 라이딩에 유리한지, 허리 통증을 줄이는 자세는 무엇인지, 그리고 일본 원정의 노하우까지. 60세가 되어도 슬로프 위에서 *"아, 보드 정말 재미있다!"*라고 외치고 싶은 분들과 함께 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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