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크니컬 라이딩에 유리한 스노보드: 왜 당신의 카빙은 깊지 않은가?
덕스탠스로 타는 라이더들의 테크니컬 라이딩은 왜 전향각처럼 깊고, 낮고, 날카롭게 박히지 않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말해서 미안하지만, 정말 노력이 부족해서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노력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훈련의 노력'이 있고, **'장비의 노력'**이 있습니다. 오늘은 바로 이 장비의 노력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장비가 노력을 부추기는 전향각의 세계
대부분 덕스탠스로 어느 정도 타다 보면, 슬로프를 좌우로 휘저으며 누비는 전향각 테크니컬 라이딩을 보며 동경심을 갖게 됩니다. 사실 저도 그랬습니다. "저 사람은 어떻게 저렇게 누워서 타지? 저 간지를 나도 갖고 싶다!" 그렇게 해머보드를 손에 넣으며 전향각의 세계로 발을 들였죠.
전향각 테크니컬의 길은 돈을 쏟아붓기 시작하는 길입니다. 일단 전향각의 국민 보드라 불리는 **그레이(Gray)사의 '데스페라도'**를 마주하게 됩니다. 100만 원이 훌쩍 넘는 이 보드를 사고 나면, 어쩔 수 없이라도 돈이 아까워서 열심히 타기 시작합니다. 혼자 안 되면 동호회를 찾고, 비싼 강습을 받습니다. 보드, 바인딩, 부츠까지 '국민 세트'를 갖추면 대략 200만 원, 여기에 강습비 100만 원을 더하면 잘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장비에 투자한 돈'이 아까워서라도 '훈련의 노력'을 하게 되는 구조인 셈입니다.
반면, 일반적인 덕스탠스 라이더들은 이 벽을 넘지 못합니다. 혼자서 '방망이 깎는 노인'처럼 매주 보드장에서 고군분투하다 보면 어느새 봄이 오고, 다음 겨울이 되면 이미 감각을 다 까먹습니다. 그러고는 커뮤니티에 글을 남기죠. "전 덕스탠스 라이딩이 더 멋있어 보여요."
테크니컬 라이딩은 '공력'의 영역이 아니다
나중에 상술하겠지만, 테크니컬 라이딩은 방망이 깎는 노인처럼 수십 년의 공력이 필요한 분야가 아닙니다. 단번에 학습과 성공이 가능한 **'운동역학적 원리'**가 존재합니다. 다만 한국 보드 씬에서는 이 부분이 명확히 정립되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역학적 원리가 전수되지 않는 상황에서, 전향각 라이더들은 어떻게 덕스탠스 라이더들보다 더 멋진 카빙을 해낼까요? 그 비밀은 바로 보드의 **'레디우스(Radius)'**에 숨어 있습니다.
사이드컷 레디우스(Sidecut Radius): 반지름의 마법
전향각 테크니컬 보드의 대명사인 데스페라도 Ti 모델의 경우, 사이즈에 따라 다르지만 **사이드컷 레디우스가 약 8.0m에서 10.0m(Type-R의 경우 최대 14m)**에 달합니다. 반면 일반적인 덕스탠스 초보자용 보드의 레디우스는 고작 6.5m에서 7.5m 남짓합니다.
여기서 **레디우스(Radius)**란, 보드가 회전운동을 할 때 그리는 원의 **'반지름'**을 의미합니다. 보드가 직선 작대기처럼 보이지만, 앞발 쪽인 **노즈(Nose)**와 뒷발 쪽인 **테일(Tail)**은 굵고, 발과 발 사이인 **웨이스트(Waist)**는 가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 휘어진 곡선(호)을 연장해서 원을 만들었을 때의 반지름이 바로 레디우스입니다.
전향각 라이더들의 보드는 이 레디우스가 매우 큽니다. 즉, 아주 커다란 원을 그리며 돌아간다는 뜻입니다. 이것이 왜 테크니컬 라이딩에 유리할까요? **'속도'와 '시간'**을 벌어주기 때문입니다.
시간의 확보
레디우스가 작으면 보드가 아주 작은 원을 그리며 순식간에 돌아가 버립니다. 회전이 너무 빨리 끝나버리니 동전을 줍거나 자세를 낮출 '시간'이 없습니다.
오래 전 수학과를 졸업했지만 굳이 이를 수학적으로 계산해 보겠습니다. 라이더가 반원(180도)의 카빙 턴을 수행한다고 가정할 때, 공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 턴 소요 시간(t) = (π × R) / v
(R: 레디우스, v: 진입 속도, π: 3.14)
평균 카빙 속도를 약 45km/h(12.5m/s)로 상정했을 때, 레디우스별 소요 시간은 이렇습니다.
- 레디우스 7m 보드: t = (3.14 × 7) / 12.5 = 약 1.76초
- 레디우스 10m 보드: t = (3.14 × 10) / 12.5 = 약 2.51초
단순히 숫자로 보면 0.75초의 차이지만, 찰나의 순간에 엣지 체인지와 상체 로테이션을 마쳐야 하는 라이더에게 이 시간은 영겁과도 같습니다. 7m 보드는 동전을 줍기 위해 몸을 기울일 틈도 없이 다음 턴을 준비해야 하지만, 10m 보드는 약 43%의 시간적 여유를 더 제공합니다. 이 '황금 같은 여유'가 바로 테크니컬 라이딩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입니다.
속도의 유지
레디우스가 크면 회전 호가 길어지면서 속도가 덜 죽습니다. 이 여유로운 시간 동안 라이더는 충분히 몸을 기울이고 기술을 구사할 수 있게 됩니다.
속도 유지 측면에서도 대형 레디우스는 압도적인 '수익률(ROI)'을 보여줍니다. 카빙 턴 시 발생하는 원심력의 공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 원심력(F) = (m × v^2) / R
(m: 라이더의 질량, v: 속도, R: 레디우스)
분모에 위치한 레디우스(R) 값이 커질수록 라이더가 받는 원심력(F)은 줄어듭니다. 반대로 레디우스가 작을수록 라이더와 설면이 받는 압력은 급격하게 커집니다.
레디우스 7m 보드는 10m 보드에 비해 약 1.4배 더 강한 원심력을 견뎌야 하며, 이는 곧 에지가 설면을 파고드는 저항(마찰력)의 증가로 이어집니다. 동일한 속도로 진입해도 7m 보드는 급격한 원심력 탓에 속도가 빠르게 줄어들지만, 10m 보드는 원심력을 완만하게 분산시키며 **탈출 속도(Exit Speed)**를 훨씬 높게 유지합니다. 속도가 일정 이상 줄어들면, 원심력과 구심력을 이용한 몸 기울이기를 할 수가 없습니다.
내도(内倒, Inclination): 달팽이 모양의 함정
레디우스가 작으면 흔히 말하는 '내도(Japanese: 内倒, English: Incline/Inward Leaning)' 현상이 심해집니다. 내도란 보드가 라이더의 의도보다 더 급격하게 안쪽으로 말려버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간은 완벽한 수학적 반원을 그리며 카빙을 할 수 없습니다. 중력과 가속도 때문에 회전이 진행될수록 감기는 양이 증가하는데, 레디우스가 크면 이 증가 폭이 천천히 완만하게 나타납니다. 하지만 레디우스가 작으면 마치 달팽이 등껍질처럼 급격하게 안으로 말려 들어가며 라이더의 균형을 무너뜨립니다.
결국 덕스탠스든 전향각이든, 초보자가 테크니컬 라이딩을 시작하려면 레디우스가 큰 보드가 필수입니다. 전향각 라이더들은 '국민 보드 공식'을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이 이점을 챙기지만, 덕스탠스 라이더들은 이 길을 모르기에 매번 실패하는 것입니다.
다음 포스팅을 예고하며
사실 이 이야기는 여기서 더 깊게 들어갈 수 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설명하고, 다음 포스팅에서는 덕스탠스는 특히 힐턴에서 왜 내도가 더 심해지는지 이야기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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