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스: 높으면 높을수록 '덕크니컬'이 어려운 물리적 이유
덕크니컬 라이더들의 스탠스 높이는 저마다 다릅니다. 오가사카(Ogasaka)의 간판
모델인 **요시무라 미노리(吉村 美乃里, Minori Yoshimura)**는 매우 낮은 스탠스를
유지합니다. 그녀는 전향각과 덕스탠스 모두에 능통하지만, 기본적으로 지면과 밀착된
아주 낮은 스탠스를 선호합니다.
반면, **이구짱(いぐっちゃん, 본명: 井口 勝文)**의 스탠스는 미노리보다는 다소
높습니다. 하지만 그는 레슨에서 항상 **'누군가를 업을 수 있는 높이'**를
강조합니다. 주저앉은 상태에서 누군가를 업을 수는 없고, 그렇다고 꼿꼿이 서서
누군가를 업을 수도 없습니다. 중력을 이겨야 하는 스노보드에서 압력을 가장
효율적으로 버틸 수 있는 자세, 즉 누군가를 업었을 때의 높이를 유지하라는
이구짱의 비유는 정말 딱 맞는 말입니다.
전향각과 덕스탠스의 '높이'가 다른 이유
알파인 스키나 스노서핑 계열은 덕크니컬보다 확연히 높게 섭니다. 스노보드계의
에르메스라 불리는 겐템스틱(Gentemstick)을 타는 라이더들은 가슴을 주행 방향으로
온전히 열고, 꼿꼿이 서서 설면을 파도처럼 타는 라이딩을 즐기죠.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전향각입니다. 덕스탠스로 스노서핑을 즐기는 경우를 저는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명확합니다. 높게 서면 높게 설수록 덕크니컬은 물리적으로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이전 포스팅
"덕크니컬의 기초: 몸을 열고 '똑바로' 타는 법(직사)의 비밀"에서 언급했듯, 덕스탠스로 몸을 열고 타려고 하면 자동적으로 뒷다리가 따라
나오려고 하는데, 높은 자세는 이 힘을 제어하기 힘들게 만듭니다.
운동 역학으로 본 높은 자세의 결함
1. 허리·골반 회전의 핵심 근육 (The Rotation Engine)
몸통의 회전을 만들거나 비틀림을 버티는 데 관여하는 주요 근육들은 다음과
같습니다.(아래 표 참고)
| 부위 | 근육명 | 주요 역할 |
|---|---|---|
| 복부 (Core) | 외복사근 & 내복사근 | 몸통 회전을 주도하는 핵심 엔진. 한쪽이 수축하면 회전이 발생하고, 양쪽이 버티면 비틀림에 저항함. |
| 복부 (Core) | 복횡근 (Transversus Abdominis) | 복압을 유지하고 척추를 코르셋처럼 조여 비틀림 시 척추 마디의 안정성을 확보함. |
| 허리 (Back) | 요방형근 (Quadratus L.) | 골반과 요추, 갈비뼈를 연결하여 측면 안정성을 제공함. 회전 시 골반이 흔들리지 않게 고정하는 뿌리 역할을 함. |
| 척추 (Back) | 다열근 & 회선근 | 척추 마디마디를 연결하여 세밀한 회전 조절과 척추의 수직 안정성을 유지함. |
| 골반/고관절 | 장요근 (Iliopsoas) | 요추와 골반을 이어주며, 상하체의 힘을 전달하고 고관절의 회전 및 굴곡을 조절함. |
| 골반/고관절 | 둔근 (Glutes) | 골반의 강력한 고정 및 회전력을 제공하며, 하체가 지면에 단단히 박혀 있게 함. |
한가지의 근육이 아니라 많은 근육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몸의 회전을 만들기도
하고 뒤틀림을 방지하기도 합니다.
2. 근길이-장력 관계 (Length-Tension Relationship)
근육은 너무 수축하거나 너무 늘어나지 않은 **'최적의 길이'**일 때 가장 강력한
힘을 냅니다.
높은 자세 (과신장): 꼿꼿이 서면 복사근, 장요근, 요방형근 등이 이미 팽팽하게
늘어난 상태가 됩니다. 근섬유가 한계치까지 늘어나면 외부에서 가해지는
비틀림(토크)을 막아낼 능동적인 수축력을 발휘하기 어려워집니다.
낮은 자세 (최적화): 관절을 적당히 굽히면 근육들이 힘을 쓰기 가장 좋은 길이로
돌아와 비틀림에 저항하는 강성(Stiffness)이 높아집니다.
3. 수동 장력(Passive Tension)과 탄성 에너지
상체를 열고 높게 서 있으면, 늘어난 근육들이 원래의 정렬 상태로 몸을 되돌리려는
강한 **수동적 탄성(Passive Tension)**이 비축됩니다.
팽팽하게 당겨진 고무줄을 상상해 보십시오. 이 탄성 에너지가 뒷다리를 앞쪽으로
튕겨 나가게 만드는 물리적 원동력이 되어, 뒷다리를 고정하는 데 훨씬 더 많은
의식적인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듭니다.
4. 지레 팔(Lever Arm)의 증폭
회전축(보드 바닥)에서 멀어질수록(높게 설수록) 지레 팔의 길이는 길어집니다.
상체에서 발생한 작은 회전력이라도 지레 팔이 길어지면 골반과 뒷발에 전달되는
**회전 토크(Torque)**는 기하급수적으로 증폭됩니다. 즉, 높게 서면 하체가
감당해야 할 '비틀림의 총량' 자체가 물리적으로 커지는 것입니다.
'기울기'라는 달콤한 덫
우리의 성장을 제자리에서 뱅글뱅글 돌게 만드는 악순환의 덫이 있습니다. 바로 "기울기로 타라"는 말입니다. 홋카이도 키로로 스키장의 스노보드 센세, **레이트 프로젝트(LATE PROJECT)**의 **타케무라 쥰페이(竹村 純平, Junpei Takemura)**는 수차례 이야기합니다. "기울기로 타는 것과 낮은 스탠스로 타는 것은 완전히 다른 두 가지 장르다"라고 말이죠.
꼿꼿이 서서 기울기로 타는 연습 습관은 오히려 덕크니컬로 넘어가는 가장 난해한 허들입니다. 정통 덕스탠스의 가장 운동역학적인 자세는 어깨 라인과 정렬한 방향으로 서서 가자미눈을 하고 노즈를 보는 것이지만, 여기서 고개를 과하게 돌리고 어깨를 열면 뒷다리가 사정없이 앞으로 따라 나옵니다.
그런데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자세가 꼿꼿하면 이 뒷다리가 따라 나오는 힘을
막아내기가 너무나 어려워 집니다. 이 자세로 만약 직사를 유지하려면, 보드가 돌아 나오지 않게 오른발을 계속 등뒤로 밀어주고 있는
느낌이 들어야 합니다. 대략 한 시즌 정도는 이것만 수련해야하는 자세입니다.
결론: 낮은 자세가 성장의 곡선을 앞당긴다
결국, 우리가 즐겨 하는 '선 자세의 정통 덕스탠스 기울기 라이딩'은 덕크니컬로
넘어가는 문턱에 방해가 됩니다. 오히려 선 자세의 덕스탠스는 잠시 잊고, 낮은
자세의 덕크니컬을 우선 연습하는 것이 훨씬 빠른 성장의 길입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뒷다리가 따라 나오지 않는
"덕크니컬의 정석 BBP, 그리고 그 비밀"에 대해 설명해 보겠습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