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스탠스는 왜 힐턴에서 유독 '내도'와 '털림'이 심할까?
덕스탠스로 타느냐, 전향각으로 타느냐에 상관없이 스노보더에게 힐턴에서의 내도(Incline)는 피할 수 없는 숙제와 같습니다. 정면을 보고 타기에 좌우 밸런스가 동일한 스키와 달리, 보드는 태생적으로 옆(혹은 비스듬한 옆)을 보고 타는 비대칭 운동이기 때문입니다.
지렛대의 원리로 본 힐턴과 토턴의 불평등
우리 발의 구조를 생각해보면 해답이 보입니다. 복숭아뼈를 중심으로 발목의 위치는 뒤쪽(힐)으로 치우쳐 있습니다. 즉, 인간의 무게 중심 자체가 힐 쪽에 훨씬 많이 걸려 있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지렛대의 원리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복숭아뼈를 받침점이라고 할 때, 힐사이드 쪽은 지렛대의 길이가 짧고, 토사이드 쪽은 상대적으로 매우 깁니다.
- 토턴(Toe-turn): 힘점과 받침점 사이의 거리가 멀어 물체가 더 무거워지는 원리와 같습니다. 엄청난 힘을 주지 않으면 에지가 제대로 박히지 않고 주욱 미끄러져 내려가기 쉽습니다.
- 힐턴(Heel-turn): 짧은 지렛대 덕분에 살짝만 힘을 실어도 무게 중심이 깊게 걸립니다. 카빙이 더 깊게 먹히는 이유죠.
문제는 급사면입니다. 힐턴은 너무 쉽게 깊게 말리다 보니 뒷다리가 '드르륵' 하고 털려버리고, 토턴은 제대로 에지가 박히지 않아 속절없이 흘러내리는 현상이 반복됩니다.
본능이 방해하는 덕스탠스의 밸런스
전향각 라이더들은 양발이 보드 테일 쪽으로 비틀려 있어 힐과 토의 밸런스가 그나마 낫습니다. 하지만 덕스탠스는 보드 방향에 발이 직각에 가깝게 놓여 있어 이 불균형이 극대화됩니다. 특히 급사라는 위기 상황에서 인간의 본능은 덕스탠스 라이더를 곤경에 빠뜨립니다
1. 타겟 픽세이션(Target Fixation) 현상
급사면이라는 위기를 만나면 인간은 공포의 근원인 '산 아래'를 정면으로 응시하게 됩니다. 이를 **타겟 픽세이션(Target Fixation, 시선 고착)**이라고 합니다. 노즈 끝을 보라는 가르침은 잊고 곁눈질하던 산 아래를 정면으로 응시하게 되는 것이죠.
2. 운동 연쇄(Kinetic Chain)에 의한 강제 회전
시선이 돌아가면 척추는 안전을 위해 몸을 시선 방향으로 정렬시키려 합니다. 이를 **정위 반사(Righting Reflex)**라고도 합니다. 이때 아주 빠른 속도로 '시야 → 어깨 → 골반 → 보드' 순으로 회전력이 전달되는 **운동 연쇄(Kinetic Chain)**가 발생합니다. 안 그래도 무게가 실려 있는 힐턴의 말림을 이 회전력이 더 강화하고, 결국 뒷다리가 튕겨 나오며 '털림 현상'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3. 굴곡 시너지(Flexor Synergy)와 '엉빠'
위험을 느끼면 인간은 몸을 웅크려 무게 중심을 낮추고 장기를 보호하려는 굴곡 시너지(Flexor Synergy) 반응을 보입니다. 흔히 말하는 '엉덩이가 빠지는 현상(엉빠)'이 바로 이 보호 기제 때문입니다. 이 웅크림이 힐턴에서 내도를 더욱 심화시키고 안정적인 에징을 방해합니다.
덕크니컬이 유독 어려운 이유
몸을 전향각처럼 열고 타는 '덕크니컬'은 이 현상이 더 심하게 나타납니다. 애초에 어깨를 열고 타기 때문에 위기 상황에서 척추가 수축하면 골반이 어깨라인을 따라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돌아 들어옵니다. 초보자들이 덕크니컬을 흉내 내다가 "내 방식이 아니네" 하고 포기하는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반면 전향각은 어떨까요? 그들 역시 공포를 느끼지만, 발의 방향이 이미 앞을 향해 있어 몸의 움츠러듬이 보드의 테일 쪽으로 분산됩니다. 덕스탠스가 힘의 100%를 보드의 수직 방향(사이드컷 방향)으로 받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리스크 관리입니다.
여기에 전향각 보더들의 장비, 즉 **커다란 레디우스(Radius)**가 큰 역할을 합니다. 급격하게 안으로 말려 들어가려는 보드의 진행 방향을 큰 원의 호가 억제해 주며 버티게 해주는 것이죠.
그럼 덕크니컬은 어떻게 타야 할까?
덕스탠스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전향각의 장점을 취하는 법, 그리고 본능적인 공포를 기술적으로 제어하는 방법은 존재합니다. 이 구체적인 해법에 대해서는 추후의 포스트에서 심도 있게 다루어 보겠습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