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보딩 기울기냐 테크닉이냐?
딥카빙, 혹은 테크니컬 라이딩, 혹은 동전 줍기. 부르는 명칭은 다양하지만, 오늘은 그것을 이룩하기 위해 우리가 시간을 들여야 할 것은 대체 무엇인가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저는 덕크니컬 라이더로서, 제대로 된 전향각 레슨이나 덕스탠스 레슨을 받아 본 적이 (물론 처음 배울 때와 중간에 몇 번 배웠지만) 없습니다. 따라서 지극히 개인적인, 그리고 지극히 덕크니컬적 시각에서 어떻게 해야 우리가 원하는 동전 줍기가 가능하게 되는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기울기(Inclination)', 참 많이 듣는 이야기입니다. "결국은 기울기다", "시즌 초반에는 기울기에 신경 써라", "기울기가 되면 자동으로 동전 줍기가 가능하다..."
그런데 말입니다. 사실, 순수하게 테크닉만으로 동전 줍기가 가능합니다. 제 시리즈인 **'초간단 덕크니컬 비법: 3단계로 끝내는 무림 비급'**을 보시면, 이것이 누구에게나 가능하고, 한 번 배우면 다음에도 가능한 테크닉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제가 아는 덕크니컬 마스터들은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뉩니다.
1. 기울기파
대표적으로 타키자와 켄이치(Late Project의 타키)와 오가사카의 간판 미노리 요시무라가 있습니다. 이들의 레슨을 들어보고 주행 방식을 보면, 바른 포지션과 바른 더크니컬 BBP를 유지하고 기울기로 타다 보면 어느샌가 손이 설면에 닿는 딥카빙이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방망이 깎는 노인'과 같은 공력의 영역이죠.
2. 테크닉파
대표적으로 타니구치 타카토(P-can factory)와 이구짱이 있습니다. 이구짱 같은 경우, 라이딩하는 모습을 보면 기본적으로 모든 것을 소화하는 타고난 운동 신경이 있습니다. 자신의 인터뷰에 나온 게스트들의 라이딩을 금새 따라 하니까요. 그러나 이구짱은 아직도 그 특유의 '엉빠'가 있습니다. 댓글을 보면 덕스탠스로 탈 때 엉빠가 생긴다는 지적들이 있죠. 그 이유는 테크닉이 워낙 좋으니, 딱히 안 좋은 모양새가 있어도 굳이 고칠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어차피 즐기기 위해 타는 것이니까요.
3. 배움은 언어의 영역
기울기는 '공력'이라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반면 테크닉은 타고나지 않았다면 배우면 됩니다.
마치 골프에서 **수피네이션(Supination)**과 수직낙하가, 힘 빼고 바른 스탠스와 백스윙을 하면 저절로 되는 것이지만, 때려죽어도 안 되는 사람들은 결국 그 비싼 레슨비를 내고 이 프로 저 프로 찾아다니다가 "이것이다!" 하고 외치며 깨닫는 것과 같습니다.
스포츠를 배운다는 것은 사실 **'언어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다 같은 소리를 이 프로는 이렇게, 저 프로는 저렇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죠. 그 남의 언어가 내 언어와 맞아떨어질 때, 그때 우리는 '깨달았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골프도 오래 했지만, 정말 스노보드도 무슨 선종 불교의 깨달음이 매일 있는 것 같습니다)
자, 그럼 그 남의 언어가 내 언어로 맞아떨어져 내 몸의 근육이 그대로 작동하는 것! 이것 역시 시간이 소모됩니다. 운 좋게 처음 만난 강사가 나와 딱 맞아서 깨우침을 얻는다면 좋겠지만, 혼자 라이딩하는 시간이 길수록 그 말은 내 귀에 들리지가 않거든요. 따라서 그 사람을 만나기까지, 그 레슨을 만나기까지 또 시간이 소모됩니다. 즉, 테크닉 역시 '시간'의 영역입니다.
4. 언어는 결국 AI
저의 성장은 사실 AI가 많이 기여했습니다. 항상 일본 라이더들의 레슨 영상을 보면 분명히 무엇인가 있는데, 알아들을 수 없으니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그러다 작년부터는 아예 작정을 하고 대본을 다 AI에게 번역 시켰습니다. 제미나이(Gemini)에게 페르소나를 **'당신은 일본 스노보드 전문가입니다'**라고 지정하고 대본 한 줄 한 줄을 일일이 번역시키면서, 어느 하루 그렇게도 뚫리지 않던 해법을 단 한 개의 영상으로 찾았습니다. 저만의 방법을 나열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 일본 스노보드 영상을 유튜브 자동번역 자막이나 자동더빙으로 자유롭게 관람
- 이 영상 저 영상 관심가는 대로 보다 보면, 무엇인가 "바로 이것이다" 하는 느낌이 드는 영상이 발견됨
- Gemini에게 페르소나 지정: "당신은 일본 스노보드 전문가입니다."
- 해당 영상의 대본 전문을 카피하여, 단 한 문장도 놓치지 않도록 프롬프트 입력 후 번역
- 번역된 문장과 유튜브 자막, 혹은 더빙을 동시에 켜고 관람
이 과정을 통하여, 결국 그 남의 언어와 나의 언어가 AI를 통해 내 언어로 들리게 되고, 그 언어를 내 몸의 동작으로 입력하게 된 것입니다. 덤으로 저는 일본어가 많이 늘었습니다.
결론
"결국 기울기냐 테크닉이냐의 이분법적 논쟁보다 중요한 것은, 내 몸이 알아들을 수 있는 **'정확한 입력값'**을 찾는 노력입니다. 기울기가 몸에 익는 '공력'이라면, 테크닉은 그 힘을 분출하는 '초식'입니다.
여러분도 무작정 슬로프를 깎기보다, 때로는 멈춰 서서 자신의 라이딩을 '번역'해 보시길 권합니다. 저에게 AI가 그 통로였듯, 여러분에게는 이 블로그가 그 언어의 통로가 되길 바랍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