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의 라이딩 1편] 스노서핑의 특성, 역사, 그리고 기본자세를 돕는 장비

어떤 이는 더 빠른 속도를, 어떤 이는 더 깊은 각도의 카빙을 갈망하지만, 여기 오직 '흐름'과 '미학'만을 쫓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스노서핑(Snow Surfing)입니다. 

파도가 없는 겨울, 산을 거대한 파도로 삼아 자유를 만끽하는 이 스노서핑에 대해 2부작 시리즈를 준비해 봤습니다.

스노서핑의 역사

1960년대 미국에서 출발된 이 라이딩 방식은 '스너퍼'라는 단순한 장난감을 가지고 설산을 파도로 여기고 서핑을 하듯이 타보겠다는 시도가 그 시작이라고 합니다. 톰 심스와 제이크 버튼(그 버튼이 바로 그 Burton이십니다)이 보드 쉐입에 서핑 감성을 이식해서 시도를 하다가, 이게 일본으로 넘어가서 일본 스노보드의 단군할아버지라 불리는 타누마 신조(Moss Snowboards 설립자)에 의해서 1971년부터 서핑보드를 개조해 눈 위에서 타는 실험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제이크 버튼이 Burton을 세우기 무려 6년 전의 일이라니, 사실 누가 시조인지는 모를 일이네요)

그러다가 타로 타마이라는 Moss Snowboards의 팀 라이더가 1998년, 본인만의 독자적인 스노서핑 철학을 담아 'Gentemstick'을 설립합니다. (아, 정말 이쪽의 오타쿠로서 이걸 쓰면서도 감동을 받습니다.)

타누마 신조가 '장비'를 만들었다면, 타로 타마이는 그 장비에 **'영혼(Soul)'과 '미학'**을 불어넣어 지금의 스노서핑 문화를 만들었다고들 합니다. (여보시오! 그렇다고 그렇게 비싸게 받는 건, 이건 너무 하잖소!)

스노서핑만의 유니크한 자세와 시각적 황홀경

스노서핑의 모든 자세는 기본적으로 바다 서핑의 모든 자세를 그대로 따라 한다고 보면 됩니다. 비록 발이 바인딩에 물려 있어도, 다른 몸의 자세는 마치 바다 위 서핑보드에 자유로이 내 몸을 맡기고 서핑을 즐기는 자세와 같습니다.

그런데 설면이란 것이 참으로 미묘해서, 특히 나무 하나 없는 산의 정설되지 않은 파우더 위에서의 스노보드는 마치 서핑보드와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이것이 라이딩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스노서핑을 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전에 느껴보지 못한 특별한 느낌을 가지게 합니다. 아마 이런 매력으로 라이더에게는 무한한 영감을, 보는 이에게는 넋을 잃게 만드는 시각적 황홀경을 불러일으키는 겨울의 마법이 아닐까 합니다.

스노서핑의 기본 자세: 왜 덕크니컬에게는 '잔혹한' 약점인가?

스노서핑의 기본 자세입니다. 가슴을 노즈를 향해 활짝열고 정면을 바라보고 라이딩합니다.
스노서핑의 기본 자세

그러나, 안타깝게도 덕크니컬(정통 덕스탠스 포함)에게 가장 어려운 자세가 바로 이 기본 자세입니다. 기본 자세만 되면 나머지 자세는 사실 트릭 좀 하는 사람들은 다 하는 자세입니다. 

혹시나 저게 뭐가 어려워 하실 분들을 위해 말씀드리자면, 저 자세로 회전없이 직진으로 슬로프의 오른쪽 끝에서 왼쪽 끝까지 계속 라이딩 하는 자세입니다.  덕크니컬(덕스탠스 포함) 입장에서 기본 자세가 어려운 이유는 가슴이 노즈 방향을 바라보고 서 있어야 하는데, 발은 덕스탠스이기 때문이죠. (사실 이렇게 선다는 것이 전통 덕스탠스파의 입장에선 덕스탠스를 포기한 것이므로 사실상 이런 라이딩은 정통 덕스탠스에는 불가능한 자세입니다)

스탠스를 넘어 더 어려운 포인트는, 이렇게 가슴을 열고 '꼿꼿이 서서 라이딩'을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지난 블로그 "스탠스: 높으면 높을수록 '덕크니컬'이 어려운 물리적 이유"에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꼿꼿이 서 있으면, 비틀기와 관련된 모든 근육에 텐션이 걸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체는 노즈를 보고 있는데 하체는 노즈의 직각을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 하체가 어깨와 평행을 이루기 위해 하체가 돌아 나옵니다. 즉, 뒷발이 앞으로 나온다는 말이지요. (자세한 사항은 위의 포스팅 참조)

다행히 토사이드 라이딩에서는 아무 일도 생기지 않습니다. 목표한 방향을 보고 가슴을 열고 주욱 갈 수가 있지요. 인간은 발끝을 레버처럼 미세하게 조정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어차피 토사이드라 하체가 돌아 나오려 해도 엣지가 더 잘 걸리면서 직선으로 잘 내려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면 라이딩과 힐사이드(Heel-side)**에서는 뒷다리가 따라나올 수밖에 없어요. 정면 라이딩에서는 따로 토엣지를 먹고 있는 상황이 아니니 스르르 뒷발이 '나 여기 있소' 하고 돌아 나옵니다. 게다가 힐사이드는 토사이드의 발목 조절이 완전히 불가능하고, 온전히 중심 잡기로만 일정한 각도의 힐사이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이것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 하나의 방법은 장비의 도움을 받는 것이고,
  • 또 다른 하나는 내가 직접 수련해야 하는 방법입니다.

스노서핑의 기본자세를 장비로 해결하는 법

모스나 겐템스틱에서 스노서핑용 보드를 사면 됩니다. 참 간단하죠?! 대체 무슨 비밀이 있길래, 이 장비를 소유하는 것만으로, 위에서 설명드린 그 뒤틀림 복귀력을 이길 수 있다는 말인가요? 이들 스노보드의 특징을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사이드컷 반경(Radius)이 아주 아주 큽니다. 

그냥 일자 작대기라고 보시면 됩니다. 저는 겐템스틱이 '스틱(Stick)'이라는 이름을 쓰는 이유가 레디우스가 너무 크니, 그냥 작대기와 같아서 스틱이라고 부르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두 번째로는 캠버(Camber)가 아주 낮거나 없습니다. 

이들의 말로는 액티브 캠버라고 하여 캠버가 있다고는 하나, 실제로 올라서면 그냥 일자로 바닥에 달라붙습니다. 그러면 어떤 일이 일어나나요? 안 그래도 레디우스가 엄청 큰 상황에서 캠버도 없으니 그냥 정말 직선으로 보드가 직진합니다.

결국 스노서핑 보드가 '작대기(Long Radius)' 같고 '평평(Flat Camber)'한 이유는, 엣지의 날카로운 각도가 아니라 보드 바닥 전체의 면적(Surface)으로 설면의 저항을 이용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는 마치 칼로 눈을 베어내는 '카빙'이 아니라, 눈이라는 파도 위를 미끄러져 나가는 '플래닝(Planing, 수면 비행)'을 위한 설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스노서핑용 보드는 노즈가 넓고, 셋백이 뒤에 있거나 피쉬테일이거나 하는 특징이 있긴 한데, 딱히 덕크니컬들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특징은 아니고 눈 위로 잘 뜨게 하는 기능적 요소일 뿐입니다.

마무리

자 1부에서는 스노서핑의 특성, 역사, 자세의 특이성과 구현의 어려움, 그리고 장비를 통한 해결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는데요, 이어지는 2부에서는 이 '작대기' 같은 보드 위에서 어떻게 서핑과 같은 부드러운 자세를 만들고, 눈 위에서 파도를 가르는 듯한 주요 트릭들을 구사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다뤄보겠습니다. 겨울 파도를 기다리는 서퍼 여러분, 2부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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