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보드 촬영장비 드론vs인스타 1편] 드론편
오늘부터 스노보드 촬영장비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눈 내리는 설원을 달리는 나의 모습, 인스타에 올리던, 유튜브에 올리던, 요즈음은 카카오 프로필에 올리던, 올리고 자랑해야 바로 이 맛이 아니겠습니까? (허경환 톤) 오늘부터 3부작 짧은 시리즈를 통해 각각의 스노보드 촬영장비를 분석해 보고, 마지막으로 저만의 솔루션을 제공해 드리려고 합니다.
바로 본론 들어갑니다. (허경환 톤)
최고의 영상을 원하신다면, 스노보드 촬영장비로는 드론이 답입니다.
홀로 슬로프를 가르는 나의 모습, 광활하고 아름다운 배경, 이런 것을 모두 다 한 편의 영상, 한 장의 사진에 담으려면 드론이 답입니다. 이유는 구도의 확장성, 즉 그만큼 멀리서 촬영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인스타360의 길이에는 한계가 존재하죠. 아무리 길어도 3미터가 끝입니다. 그런데 3미터짜리 인스타360 스틱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카본 소재? 아무런 의미 없었습니다. 길이가 3미터짜리 지렛대 끝에 달린 가벼운 인스타360의 무게가 손목에 어떤 고통을 주는지 물리학적으로 설명해 드릴게요.
[잠깐 물리학] 3미터 스틱이 무거운 이유 (지레의 원리)
수학과를 졸업했지만 굳이 물리학을 말하자면, 손목이 느끼는 회전력인 토크(Torque) 공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τ=r×F
여기서 r은 스틱의 길이, F는 카메라의 무게입니다. 스틱 길이가 1m에서 3m로 늘어나면 손목이 버텨야 하는 회전력은 단순히 3배가 되는 게 아니라, 중심을 잡기 위한 부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웬만한 여자분은 손목이 아파서 수평으로 들지도 못할 수준이죠.
그럼 어떤 드론이 정답일까요?
바로 결론 들어갑니다. (허경환 톤) 가격적이고 성능적인 측면에서 DJI 드론 네오2가 답입니다.
현재 드론 시장은 DJI의 왕국이죠. 10년 전만 하더라도 DJI 드론과 필적하는 Skydio라는 회사가 있었습니다. 당시 운전능력은 DJI보다 낮지만, AI가 더 좋아서 나뭇가지에 절대 부딪치지 않는다고 했었죠. 당시 이 스카이디오가 사고 싶어서 장바구니에 담고 엄청난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나 안 사기를 다행! DJI의 생산력에 밀려 지금은 산업용이나 군사용에 치중하는 모습입니다.
DJI에는 많은 모델이 있습니다. 매빅, 에어, 미니, 그리고 네오. 이 중에 스노보드용으로는 무엇이 최고의 모델일까요? 단연코 네오2입니다.
사실 제가 DJI 미니를 사서 2년 동안 사용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드론을 들고 사정없이 눈보라가 내리치는 안누푸리(ニセコアンヌプリ | Niseko Annupuri) 산 위에 올라 드론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올렸다가 내렸는데도, 날려가지 않고 끄떡없이 수직 상승과 수직 착륙을 해냈습니다. DJI의 기술력은 정말 인정해줘야 합니다.
DJI의 간판스타 매빅 정도 되면 사실 이건 항공기입니다. 매빅으로 스노보드 타는 거 찍으면 좋겠죠. 하지만 첫째로는 제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매빅급까지 올라가면 이건 개인 재미용이 아니라 상업적 용도라고 봐야 합니다. 나 혼자 보드 타는 거 찍고 만족하기엔 오버스펙이죠. 그 돈으로 대회 남 찍어주고 돈 버는 게 훨씬 생산적입니다.
그리고 아주 중요한 이유 한 가지! 네오2만 나뭇가지 가드가 있습니다. 제가 처음에 미니 사서 찍다가 나뭇가지에 걸려 얼마나 많이 추락했는지 모릅니다. 드론이란 게 쓰다 보면 정이 들고 애완동물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나뭇가지에 걸려 고생하다가 툭 떨어지는 것을 보면 뛰어가면서도 눈물이 납니다. 죽었을까 봐요.
자 그럼 드론을 사면 될까요? 이제 드론의 단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1. 너무 비싸고 배터리가 짧습니다.
아무리 싸도 30만 원입니다. DJI 네오2가 그렇죠. 그런데 배터리 하나로는 택도 없습니다. 드론 써보시면 아시겠지만 배터리 하나는 첫 시험 비행 끝나면 바로 방전납니다. 실제 비행시간이 10분 내외거든요.
생각해 보십시오. 추운 설산 중턱에서 겉장갑 벗고 소중히 드론을 꺼내서 켜고 있으면 정말 손 시립니다. 켜고 날리고 찍고 다시 내 손에 올리면 배터리 간당간당합니다. 숙련자가 되어 빠른 준비와 정확한 촬영 후 회수를 한다 해도 두 번 찍으면 땡입니다. 결국 배터리를 두둑이 챙겨서 백팩에 지고 타야 합니다.
그럼 계속 10분마다 배터리 갈아깨우며, 달려 볼까요? 인생샷을 놓치지 않기 위해 10분동안 계속 드론을 날리는 것입니다. 산꼭대기에서 산 밑 곤돌라까지 대략 30분씩 걸리는 데 (그것도 원런으로) 그렇게 달리면 적어도 한 번 내려오는데 밧데리 3개가 들어가겠지요. 그렇게 최소 4번을 타면 밧데리 12개가 필요합니다.
2. 명당 포인트를 잡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보통 해외 원정 시 곤돌라 타고 올라가서 원런으로 내려오면 1시간, 라이딩만 하면 30분 정도 걸립니다. 그 짧은 배터리 시간 동안 '명당'에서 딱 찍어야 멋지게 나옵니다. 하지만 처음 가는 일본 설산에서 어디가 명당인지 알 턱이 없죠. 라이딩하다가 "아 여기다!" 싶을 땐 이미 그 지점을 지나쳐 있습니다. "아 역기다!" 하고 멈추고 드론 띄우고 촬영하면, 늘 상 내가 봤던 명당포인트는 한참 지나쳐 있습니다. 결국 숙소 와서 영상을 보면 늘 아쉬움이 남죠. 그렇다고 배터리 12개씩 들고 다니며 30분 내내 날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3. 배터리 방전과 분실의 위험
자! 드론 비행 도중 배터리가 떨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참사가 발생합니다.
여러분 배터리 떨어지면, 뒤에 따라오던 드론이 열심히 앞으로 달려와서, '주인님 저 배터리 떨어졌어요, 저 배터리 갈아주세요' 이러면 얼마나 좋습니까?!!
그런데 배터리가 떨어지면 드론은 그냥 그 자리에 후버링만 합니다. 자 그럼 어떻게 되나요? 주인은 계속 산 아래쪽으로 내려가고 있겠죠. 그래서 느낌이 쎄하여 돌아보면 눈에 드론이 안 보입니다. 그럼 그 내려왔던 길을 바인딩을 풀고 다시 이 녀석을 찾으러 올라가야 합니다.
스노마운틴 놀러 와서, 정말 잃어버린 애완동물 찾는 심정으로 다시 산을 걸어 올라가야 합니다.
4. 스노보드 슬로프와 촬영 궤적(Trajectory)의 불일치
또 다른 드론의 단점은 이 녀석의 비행 습성과 스노보드의 운행 궤적(Trajectory)에 큰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스노보드는 기본적으로 아랫방향, 즉 높은 고도에서 낮은 고도로 향합니다. 일단 평지에서 드론을 띄웠다고 가정할게요. 그럼 딱 이상적인 높이에서 처음에 드론이 따라옵니다. 내 머리보다 약간 높은 위치요.
그러다가 산 아래, 경사를 만나면 특히 급사인 경우 드론보다 내가 상당히 낮은 위치에 존재하게 되죠. 그런데 이때 드론의 입장에서는 앞의 주인님을 따라가다 보면 본인과 지면의 간격이 상당히 좁아집니다. 즉, 지면에 닿을 수도 있는 높이가 되지요. 이걸 방지하기 위해 드론들은 항상 지면의 위치와 자신의 위치 사이에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도록 하는 장치가 있습니다.
즉, 어느 정도 이상의 경사가 있는 곳에서 촬영하면 이 녀석이 지면과의 거리를 지키느라 공중으로 아주 높게 떠버린다는 것입니다. 이때 촬영 구도는 내 뒤를 따라오는 모드가 아니고, 그냥 위에서 나를 수직으로 찍는 구도로 바뀝니다. 그리고 이게 급사일 때, 저쪽 앞에 펼쳐진 앞산의 배경은 나오지 않고 그냥 설원 위에서 턴을 (빙빙 도는) 하고 있는 나만 보입니다. 이게 하나도 안 이쁩니다.
5. 보호받지 못하는 로봇
가장 가슴 아픈 건 사람들의 호전성입니다.
제가 니세코에서 드론을 날리다 신호가 끊겨 잃어버린 적이 있습니다. 나중에 수소문해 보니, 제 드론이 배터리가 없어 한자리에서 호버링하며 고도가 낮아지자 개구쟁이 아이들이 스틱으로 치고 보드로 밟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장렬히 전사한 거죠. 사람들은 자율주행 로봇이나 드론이 혼자 앵앵거리며 있으면 묘한 경계심을 느끼나 봅니다. 가만히 내버려 두면 되는데 굳이 때려서 전사시키다니요...
6. 소모품으로서의 경제성과 심리적 데미지
X-스포츠 입장에서 드론은 사실 소모품입니다. 맞아서 죽거나, 나무에 걸리거나, 바다로 날아가 버릴 수도 있죠. 살 때부터 '소모품이다' 생각하고 사야 마음이 편합니다. 하지만 이게 로봇이다 보니 정이 듭니다. 실종된 애완동물에 대한 마음이 사별한 애완동물보다 더 아플 수 있다는 걸 드론을 잃어버려 보면 압니다.
단점 정리
드론의 단점은 이렇습니다:
- 비싸다
- 최고의 촬영이 가능하지만 그 최고의 지점에서 촬영하기 힘들다 (촬영시간이 짧고, 드론의 비행특성상 스노보드나 스키와 어울리지 않는다)
- 보관 및 운용 시 자리를 많이 차지한다
- 언젠가는 잃어버린다 (심리적 타격)
자, 다음 시간에는 드론의 대항마, 인스타360을 리뷰해 보겠습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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